하이큐!! - 오이카와 토오루 드림
오이카와 올해도 생일 축하해! 사랑해!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게!
* 미래AU.
일본은 대부분 24시간 표기 시계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12시간 표기 시계를 사용.
-------
딩동. 무거운 손으로 누른 초인종이 경쾌하게 울렸다. 늦은 시간임에도 안에서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돌아온다. 나 왔어, 하고 입을 열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방긋방긋 화사한 미소를 지은 오이카와가 나를 반겨주었다. 어서 오라며 나를 얼른 안에 들여준 그는, 현관문을 닫자 마자 내 손에 든 짐을 받아서 안쪽에 들여다 놓고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피곤해 보여."
"괜찮아!"
오이카와의 목소리에는 마치 '괜히 늦은 시간에 약속을 잡았나' 라는 후회가 녹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손을 한 쪽씩 떼어낸 후 그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어차피 말로 괜찮다고 해 봤자 반응은 비슷할 테니 몸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오이카와의 허리를 감은 팔에 조금씩 힘을 싣자, 얼마 못 가서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봐 봐. 나 괜찮다니까? 그치?"
최근 며칠 사이에 오이카와는 내 컨디션을 체크하는 게 버릇이 된 것 같다. 지친 나를 걱정해준 거겠지. 여러가지로 준비할 일이 많아서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압박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곤한 기색을 보였던 것 같다. 오이카와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그에게는 대답할 수 없는 일들이라서 애매하게 대답하면 그는 더 추궁하지 않으면서도 더 걱정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여기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만전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오이카와를 직접 봤더니 힘이 마구 솟아난다. 정말 괜찮아? 하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어봐 주는 오이카와를 향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그가 안심한 듯 했다. 오이카와 역시 요즘 바쁘고 피곤할 텐데, 항상 자신보다 나를 먼저 챙겨주는 다정함은 여전하다.
"중간에 피곤하면 자야 해. 알았지?"
"안 잘 건데. 안 피곤해 질 거야."
"그건 네 머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몸이 정하는 거야."
오이카와가 현관쪽에 잠시 놔둔 내 가방과 봉투에 담긴 짐들을 들어다가 방문 근처에 내려놓았다. 어차피 곧 다시 꺼내야 할 테니까 대충 여기다 두지 뭐. 그리고 나서 홀가분하게 오이카와의 방 안으로 들어섰더니, 여기가 아무리 편하다지만 네 물건 아무데나 좀 두지 말라며 오이카와가 장난스레 핀잔을 준다. 응, 금방 치울게! 하며 그의 입술에 뽀뽀를 하자 금세 조용해졌다. 나를 가볍게 흘겨보는 오이카와가 귀엽다. 정말이지 힐링이 따로 없네. 힐링 받아야 할 사람은 얘인데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지금 몇 시... 뭐야, 벌써 열 시야?"
그래, 안 되겠지.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늘 하루도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서 시간 개념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도착이 생각보다 늦기도 했고. 오이카와는 내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역시 피곤하면 자라며 침대를 가리켰다. 나는 앞으로 쭉 뻗은 그의 팔을 잡아서 내렸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럼 불타는 밤을 보낼 준비를 해 볼까?"
나는 아무데나 대충 내려놨던 가방과 짐을 들고 냉장고로 향했다. 마실 거랑 간단히 먹을 만한 거 사 왔는데, 냉장고에 넣어놔도 돼? 냉장고 손잡이를 잡고 묻자 오이카와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거기 앞에 서서 무슨 허락을 받아. 말하는 중간에 결국 터진 것 같다.
오이카와의 냉장고 안은 깔끔하다. 좋게 말하면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거고, 솔직하게 말하면 먹을 게 별로 들어있지 않아서 휑하다. 나는 편의점 봉지 안에 든 낮은 도수의 캔맥주와 과일 탄산주를 냉장고에 넣고, 가방을 열었다. 차곡차곡 쌓인 밀폐용기 안에 그럭저럭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이 담겨있다. 오이카와가 보기 전에 얼른 그것들도 냉장고 한쪽에 넣었다.
"저거 차가워지는 동안 뭐 하지?"
냉장고 정리를 마친 후 오이카와의 옆에 앉았다. TV를 켰다가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없는지 무심하게 리모컨 버튼을 누르던 오이카와는 빈손으로 나를 끌어당기더니 내 어깨에 제 머리를 얹었다. 재미있는 거 안 하네. 그러게. 한참동안 채널을 돌리던 우리는 적당한 예능 프로그램을 켜 두고 소리를 줄인 뒤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TV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시계를 보니 열 시 반이 채 안 된 시간이다. 앞으로 대략 한 시간 반 남았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오이카와가 더 기뻐할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하며 그와 평범하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부디, 올해도 내일 하루가 네게 있어서 행복한 날이 되기를.
*
"토오루. 졸려?"
"안 졸려..."
중간에 자세를 바꿔가면서도 여전히 내게 기대고 있는 오이카와가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이 무거운지 평소보다 자주 눈을 깜빡이고 있다. 속눈썹 길어서 좋겠네, 하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55분이었다.
진짜 2시간 엄청 안 가네! 내가 집에서 고생할 땐 2시간이 2분처럼 지나가더니만!
오이카와는 어떻게든 12시까지 버티고 싶었는지, 졸음이 많이 밀려온다 싶으면 내게 스킨십을 하면서 버텼다. 덕분에 나는 근 30분동안 오이카와 토오루의 잠 깨기 도우미로 열심히 활약중이다. 기습 포옹이라든지, 기습 키스라든지. 내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면 오이카와가 금세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졸려서 나른해진 눈으로 사르르 웃으니까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바로 앞에 펴놓은 작은 상 위에는 빈 캔이 두 개, 그리고 이미 내용물이 반 이상 사라진 과자 봉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를 집어서 먹었더니 오이카와가 자기도 달라며 아~ 하고 입을 벌린다. 아기새인가. 과자를 작게 잘라서 그의 입에 넣어주고 우리 토오루 잘 먹네,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오이카와가 내 손을 잡아서는 제 뺨을 두어 번 비볐다. 술에 취한 건지 잠에 취한 건지 모르겠지만 귀여우니까 아무래도 좋았다.
"아, 토오루. 일어나. 1분 남았어!"
친절하게도 내 휴대폰을 들어다가 오이카와에게 보여주었다. 11시 59분이다. 이젠 아예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오이카와는, 휴대폰 화면을 보더니 안 잤다며 눈을 크게 떴다. 봐, 오이카와 씨 눈은 오늘도 반짝반짝 빛나지? 같은 말을 하는 걸 보니 이제 잠이 좀 깼나보다.
둘이 함께 화면이 뚫어져라 주시하다가 시간이 12시 00분으로 바뀌자 마자 내가 먼저 오이카와의 볼을 콕 찌르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토오루!"
그리고 나름 기습 스킨십이라고 키스를 했는데 입술이 살짝 닿았다 떨어지려는 순간 뒤통수를 잡혀 버렸다. 우리 오이카와, 여전히 스피드가 참 빠르기도 하지...
"근데 토오루."
"응?"
"저거 시끄러워."
생일 축하 기념, 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키스에 열중하던 나는 입술이 잠깐 떨어진 틈을 타서 오이카와의 휴대폰을 가리켰다. 근처에 대충 던져놓았던 것이 12시 정각부터 시끄럽게 울리는 중이었다. 이럴 걸 예상하고 진동으로 미리 바꿔 두었는데, 저쪽 바닥만 지진 난 것처럼 울리는 중이다.
"인기 많은 미남은 이래서 피곤하다니까~"
정작 본인은 익숙한 듯 크게 신경도 안 쓴다. 빨리 답장 하고 무음으로 바꿔 놓으면 안 돼? 하며 재촉하자 오이카와는 꾸물꾸물 움직여서 휴대폰을 집더니 엄청난 속도로 생일 축하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보냈다. 행동은 빠르지만 수많은 메시지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답장하는 걸 보면, 왜 오이카와가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다.
"이거 봐! 너랑 데이트한다고 했더니 얘네가 부럽대."
축하 메시지를 읽으며 환하게 웃던 오이카와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화방 하나를 보여주었다. 대화 참여 멤버는 역시나 세이죠 동기 4인방이었다. 축하 메시지 아래로 일부러 자랑하려는 듯 귀여운 이모티콘을 붙여서 데이트 중임을 자랑하는 오이카와, 올해도 여친 고생시키지 말라는 이와이즈미, 이미 늦은 거 아니냐? 하는 하나마키, 하나마키의 말에 동의하며 웃느라 바쁜 마츠카와까지. 여전히 사이가 좋아 보였다.
한차례 답장을 마친 오이카와가 소리를 무음으로 바꾼 휴대폰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원래 계획은 지금부터 오이카와의 생일을 축하하며 불타는 새벽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아무리 봐도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연일 누적된 피로 때문에 둘 다 졸음을 못 참고 있다.
"토오루. 이제 그만 자자."
"싫어. 안 잘래..."
"내일 약속 없으니까 저녁까지도 있을 수 있어."
"정말?"
새벽까지 같이 깨어 있겠다며 나를 껴안는 오이카와의 등을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부루퉁하던 오이카와의 표정이 조금 풀어진다. 어차피 내일은 둘 다 쉬는 날이고, 이럴 것 같아서 스케줄도 안 잡아놨다. 느릿하게 일어난 오이카와를 먼저 침대에 눕히려다가 오이카와가 나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결국 동시에 눕고 말았다. 알겠으니까 이거 좀 놔 봐. 불은 꺼야지!
맥주 캔과 과자 같은 건 내일 아침에 정리하기로 하자. 졸리니까 만사가 귀찮았다. 나는 대충 TV 전원을 끄고 소등만 하고 오이카와의 옆에 누웠다. 졸려 죽겠다는 사람이 내가 올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버티고 있었다.
"토오루. 생일 축하해."
"응."
"앞으로도 계속 축하해줄게."
"응."
"잘 자."
나를 껴안자마자 스르륵 눈을 감은 오이카와는, 잠꼬대에 가까운 대답을 하다가 금세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나는 한참동안 그의 품에 파묻혀있다가 최대한 움직임을 작게 해서 근처에 놔둔 내 휴대폰을 집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진동 알람을 맞추고 내 잠옷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몸 가까이에서 울리게 해 두면 시끄러운 소리로 오이카와를 안 깨우고도 금방 일어날 수 있겠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요즘 아무리 피곤해 보였다고 해도, 간단한 생일 축하 인사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내일 아침을 기대해 줘.
오이카와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나는 또 냉장고를 열었다. 다른 거 또 만들어 주려고? 싱크대에서 식기에 묻은 세제를 닦아내며 오이카와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이미 만든 거 꺼낼 거야. 나는 마치 재미있는 장난을 앞둔 아이처럼 웃으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젯밤에 쌓아놓은 소형 밀폐용기 탑 옆에 2단으로 놓인 종이 상자에 손을 뻗었다. 어제 함께 넣어두었던 것인데 지금쯤이면 숙성되어서 딱 먹기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후식은 달달한 게 정석이지!
두 개의 상자를 식탁에 가져오는 내내 오이카와의 시선이 느껴졌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마침 오이카와가 설거지를 다 마친 듯 고무장갑을 널어놓는 중이었다. 손을 씻고 내게 다가온 오이카와를 말없이 의자에 앉히고 포크와 접시를 두 개씩 가져왔다. 상자와 내용물 자체가 작아서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기분이라도 내자.
"이건 뭐야?"
"작년에 약속했던 거 지키려고 만들었어."
오이카와는 또 의아한 듯 잠시 말이 없다가, 문득 옆에 앉은 내 허리를 한 팔로 감싸안더니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내게로 향한다.
"지금, 한꺼번에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아서, 뭐랄까..."
"얼떨떨해?"
"음... 그런 것 같아."
기분이 복잡해서 말로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기쁜 거지?' 라고 물었더니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지금 얼른 두 번째 선물도 공개해 버려야지. 나는 조금 들뜬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내용물을 꺼내자, 오이카와가 작게 웃었다.
"작년에 봤던 거랑 비슷하지?"
"응. 그런데 더 귀여워졌네."
"오늘은 하나 더 있지롱."
"또 있어?"
첫번째 상자 안에서 나온 케이크를 발견하자 오이카와도 작년 생일이 생각난 것 같다. 새하얀 크림으로 장식된 원형 케이크는, 작년에 오이카와에게 만들어 주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데코가 추가되어 있다. 이번에는 크림 뿐만이 아니라 슈가크래프트로 간단한 장식들도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저 데코를 만드느라 제일 고생했다. 올해도 제과제빵 전공자인 친구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완성조차 못 했을 것이다. 사랑이 이렇게 위대하답니다.
오이카와가 감탄하는 사이 나는 두 번째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는 첫번째 것보다 조금 작은 케이크가 등장했다.
"작년에 약속했던, 슈가 크래프트를 얹은 2단 케이크! 인데 2단으로 올리지는 못했......어어?!"
조금 아쉬움을 담아서 말하고 있는데 몸이 옆으로 확 기울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오이카와가 금세 내 어깨에 제 얼굴을 파묻고는 나를 꽉 껴안았다. 야, 야 잠깐만, 갈비뼈, 내 갈비뼈를 존중해라! 다급하게 오이카와의 손을 찰싹찰싹 때리자 그의 팔에 들어간 힘이 조금 빠졌다. 그제야 나는 오이카와를 껴안으며 말했다.
"토오루. 생일 축하해. 올해도 네 생일을 함께 축하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
"......."
"내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축하하자."
"......."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오이카와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이자, 허리에 감긴 팔에 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기, 그, 기쁜 마음은 알겠는데 팔에 힘 조금만 빼 주지 않을래? 나는 근육이 보기 좋게 붙은 오이카와의 팔을 쓰다듬다가 결국 힘 조절이 안 되는 듯 곤란해하는 그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거 사진 찍을래."
"그래."
"그리고 이와쨩이랑 맛키랑 맛층한테 자랑해야지."
"안 돼! 민망하잖아!"
"왜! 이렇게 귀여운데!"
비록 2단으로 올리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2단인 두 개의 케이크를 먹기 좋게 자르려는데, 오이카와가 내 손을 잡더니 휴대폰을 들이댔다. 그리고 사진을 여러장 찍는가 싶더니 갑자기 라인 대화방을 켜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로부터 사진을 올리고 싶다며 부탁하는 오이카와와 부끄러워서 안 된다며 거절하는 나의 실랑이가 지속되었다. 한 1분 정도.
결국 포기한 쪽은 나였다, 대화방에 사진을 올린 오이카와는 동기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뿌듯해했고 나는... 나는 밀려드는 민망함에 차마 오이카와의 휴대폰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거 봐, 이와쨩이 나보고 행복한 녀석이래! 하며 친절하게 대화 내용을 다 읽어주는 오이카와 덕분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아무튼 네가 그렇게 기뻐하니까 됐어.
*
"나 이렇게 매년 너한테 선물 받고 행복해져서 어떡하지?"
"어떡하긴. 내년에는 더 많이 받고 더 많이 행복해지면 되지."
"하지만 올해처럼 무리하면 안 돼."
케이크를 먹고 소화 겸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서 침대 위에서 뒹구는 휴일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직 걱정스러운 기색이 남은 오이카와의 목소리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특히 요리는 벼락치기로 습득했다간 몸이 성하게 남아나지 않는 일 같으니까, 내년에 또 요리를 하게 된다면 몇 달 전부터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내년에는 좀 안 하고 싶기도 하고......
"작년에는 1단, 올해는 2단. 그럼 내년에는 3단 케이크 만들어 줄 거야?"
......오이카와가 이렇게 말하니까 더 연습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3단 케이크는 결혼할 때나 먹자."
"뭐야, 벌써 우리 결혼하는 것까지 생각했어?"
"아니거든! 말이 그렇다는 거지!"
"결혼 안 할 거야?"
"할 거야."
결론이 대체 왜 이렇게 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3단 케이크는 우리 결혼할 때 먹게 됐다. 그땐 내가 안 만들어도 되겠지, 생각하고 있는데 오이카와가 3단 케이크에는 무슨 장식 올려 줄 거야? 라고 물어서 볼을 살살 꼬집어 버렸다. 웨딩 케이크까지 만들 재주는 없거든요!
"오이카와 씨, 내년에 원하는 선물 있으면 미리 요청받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도, 2년 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오이카와 씨 생일을 행복한 하루로 만들어 줘."
"와, 어려운 주문이네. 하지만 좋아. 약속할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서로의 미래를 약속한다. 조금 낯간지럽지만 마치 어릴 적을 떠오르게 하는 순수한 약속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내 곁에서 웃고 기뻐해 줄 너와, 또 그런 너로 인해 행복해지는 내가 있을 미래.
"그럼 일단 오늘 하루를 만끽해보기로 할까. 나갈래?"
"폭염주의보래..."
"그럼 그냥 집에 있자."
"그래!"
잔잔하고,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을. 앞으로도 계속 너와 함께할게.
생일 축하해. 사랑해. 오이카와 토오루.
'드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80720] 생일 축하해! (8) | 2018.07.20 |
|---|---|
| [171225] 드림 : 크리스마스 (0) | 2017.12.25 |
| [170108] 드림 전력 : 기억해줘 (0) | 2017.01.08 |
| [160720] 드림 : 생일 축하해! (0) | 2016.07.20 |
| [160213] 드림 전력 : 세레나데 (2) | 2016.02.13 |




